불안할 때는 걱정거리를 글로 적으세요
여러분은 마음이 불안할 때 어떻게 불안을 다스리시나요?
저는 주로 기록을 하는 것 같습니다.
유연한 마음의 극치(peak mind)를 가능케 하는 메모 습관이라는 글에서 언급하였듯이 불안 달력을 사용하여 걱정의 내용과 실제 결과를 2년 넘게 기록해 왔습니다. 불안을 야기하는 걱정의 내용이 현실화된 것은 40개의 걱정거리 중 단 하나뿐이었고,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.
최근에는 상담자로서 내담자의 안위가 크게 걱정되는 일이 있었습니다. 이 때도 현재 제가 처한 상황을 세세하게 기록하고, 리스크가 무엇인지, 그 리스크 중 실제로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무엇인지, 각각의 경우에 대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기록을 통해 구체함으로써 불안을 다스리고 주의의 초점을 다시 내담자에게 맞출 수 있었습니다.
기록은 일종의 그라운딩(Grounding) 역할을 합니다.
그라운딩은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호흡이나 지면에 닿은 발의 느낌과 같은 감각 요소에 집중하면서 주의를 현재 순간으로 가져오는 것입니다.
불안한 마음이 들 때 기록을 함으로써 생각이나 감정을 외재화하는 것은 생각이나 감정에 휩쓸려 가기보다 거리 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. 이는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주의의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. 현재 상황 변화에 민감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더욱 탄력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하는 면도 있습니다.
불안은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. 하지만 불안을 야기하는 걱정의 내용은 사실이라기보다 자신이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.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사실처럼 믿고 그에 휩쓸려 행동한다면 불안은 더 커지겠죠. 그 이야기에 일말의 진실이 담겨 있을 수도 있지만, 아직 벌어지지 않은 미래 사건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일수록 그 이야기를 너무 믿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 유익입니다.
기록은 자신의 생각 및 감정과 약간의 거리를 둘 수 있게 돕고, 외부 환경에도 주의를 맞출 수 있게 함으로써, 상황에 보다 적절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.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불안을 수용하고 더 나은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.